전세보증금 못 받았는데 이사 가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방법과 비용
"전세 계약 끝난 지 두 달인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줍니다. 그런데 저는 다음 주에 이사를 가야 하거든요." 최근 상담실에 부쩍 늘어난 질문입니다. 새 집 계약은 이미 끝났고, 잔금일은 다가오는데 살던 집 보증금은 감감무소식인 상황. 여기서 그냥 짐을 빼고 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사를 나가는 순간 그동안 갖고 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임차권등기명령'입니다.
왜 이사부터 하면 안 될까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의 보증금 보호는 '전입신고 + 점유(거주)'를 기본 조건으로 합니다. 즉 그 집에 실제로 살고 있어야 대항력이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이사, 즉 집을 비우는 순간 이 요건이 깨진다는 점입니다. 집주인이 그사이 집을 팔거나 근저당을 설정해버리면, 나중에 경매가 진행돼도 순위에서 밀려 보증금을 온전히 받지 못할 위험이 생깁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이 대항력·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이사를 갈 수 있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등기부에 '이 집에는 임차권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남기는 절차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떤 경우에 신청할 수 있을까
신청 요건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임대차 기간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면 신청 대상이 됩니다. 임대인의 동의는 필요 없습니다.
관할은 임차주택 소재지의 지방법원·지원 또는 시·군법원이며, 접수는 법원 방문 또는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가능합니다.
👉 다만 순서가 중요합니다. 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뒤에 이사해야 보호 효력이 끊기지 않습니다. 신청서만 접수했다고 안심하고 먼저 짐을 빼면 그 사이 공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신청 절차와 준비 서류
실제 접수까지 필요한 서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임대차계약서 사본
- 주민등록등본
- 확정일자 확인서류
- 등기부등본
-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청한 증빙(내용증명, 문자 등)
비용과 처리기간, 실제로 얼마나 걸릴까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이 비용과 기간입니다. 신청 비용은 인지대 2,000원에 송달료가 더해지는 구조로, 임대인 1명·임차인 1명 기준 총 4~5만 원대 수준입니다. 이 비용은 이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처리기간은 법원과 사건에 따라 다르지만, 신청부터 등기 완료까지 통상 2~3주 정도 걸립니다.
| 구분 | 이사부터 먼저 하는 경우 | 등기 완료 후 이사하는 경우 |
|---|---|---|
| 대항력·우선변제권 | 공백 발생 위험 | 그대로 유지 |
| 보증금 반환 우선순위 | 후순위로 밀릴 수 있음 | 기존 순위 보호 |
| 필요 절차 | 없음(대신 위험 부담) | 신청서·서류 준비, 2~3주 대기 |
| 이후 대응 | 사실상 협상력 약화 | 지급명령·소송 등 정공법 가능 |
등기만으로 돈이 돌아오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많이들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임차권등기를 마쳤다고 보증금이 자동으로 입금되는 건 아닙니다. 등기는 '내 권리를 지키는' 절차이고, 실제 돈을 받으려면 지급명령 신청, 전세보증금 반환소송, 경매 배당 참여 같은 다음 단계를 별도로 밟아야 합니다.
이 순서를 모르고 등기만 해두고 기다리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등기 접수와 동시에 반환청구 절차를 함께 준비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2026년 전세사기 상황은 나아지고 있을까
수치로 보면 다행히 개선 흐름은 있습니다. 2026년 1~4월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규모는 2,693억 원으로, 전년 동기(5,743억 원) 대비 53.1% 감소했고 사고 건수도 1,450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다만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누적 피해자는 이미 4만 명에 육박하고, 그중 97.6%가 3억 원 이하 소액 보증금 주택에 몰려 있습니다. 사회초년생·신혼부부가 많이 찾는 가격대와 정확히 겹칩니다. 실제로 이 블로그에서도 앞서 다룬 '청년 버팀목 전세대출' 글처럼 소액 전세를 준비하는 청년층이라면, 대출 조건만큼이나 보증금 미반환 시 대응 절차도 미리 알아두시는 게 좋습니다.
Q&A
Q.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중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면 어떻게 되나요? A. 신청을 취하하거나, 이미 등기가 됐다면 말소 절차를 진행하면 됩니다. 보증금을 받았는데 등기만 남겨두면 오히려 다음 세입자 계약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Q. 전입신고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등기 전이라면 어떡하나요? A. 원칙적으로는 등기 완료 확인 후 전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부득이하게 먼저 옮겨야 한다면 그 공백 기간의 위험을 반드시 인지하고, 가능하면 법무사 등 전문가와 일정을 조율하시길 권합니다.
Q. 임차권등기명령과 전세보증금 반환소송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등기명령은 권리 보전 절차이고 반환소송은 실제 지급을 구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상황이 급하다면 두 절차를 함께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이사 날짜만 다가온다면, 짐을 빼기 전에 임차권등기명령부터 접수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서류 준비나 신청 시점이 애매하다면 법무사와 함께 일정을 맞춰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