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까지 쳤는데 집을 뺏겼다는 선배 얘기, 그래서 알아본 권원보험
선배한테 전화가 왔다.
"야, 나 지금 집 뺏길 판이다."
잔금까지 다 치르고 등기까지 마친 집이었다. 그런데 몇 달 뒤 법원에서 등기말소 소송 서류가 날아왔다고 했다. 알고 보니 선배가 샀던 집은 위조된 인감증명서로 팔린 물건이었고, 진짜 소유자는 그 집을 판 적도 없었단다.
등기부등본까지 확인하고 계약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싶었는데, 찾아보니 이게 남 얘기가 아니었다.
등기부등본을 믿어도 소용없는 이유
한국은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등기부등본에 적힌 내용은 그저 '이런 내용으로 등기가 됐다'는 걸 보여줄 뿐, 실제 권리관계가 맞는지는 국가가 보증해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등기소는 서류가 형식만 갖췄는지를 확인할 뿐 진짜 권리자가 맞는지 심사할 권한이 없다. 그래서 위조 인감증명서나 도용 신분증으로 등기까지 넘어가도, 나중에 진짜 소유자가 나타나면 매수인이 소유권을 못 지키는 판례가 실제로 쌓여 있다. 얼마 전 대법원도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됐어도 소유권은 원소유자에게 있다"는 기존 판례를 전원합의체로 다시 확인했다고 한다.
전에 검색하다 잔금까지 치르고도 다중 매매에 걸려 수억을 날렸다는 글을 본 적 있는데, 그땐 그냥 "안됐다" 하고 넘겼다. 막상 내 주변에서 벌어지니 완전히 다른 얘기더라.
요즘 특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
7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2주 연속 0.30% 올랐고 전국 매매가격지수도 0.11% 상승했다. 오르는 분위기에선 매수자들이 조급해진다. 임장도 대충, 서류 확인도 대충 하고 계약부터 서두르는 경우가 늘어나는 게 문제다. 사기 치는 쪽 입장에서도 이럴 때가 딱 노리기 좋은 타이밍이고.
같은 집을 여러 명에게 파는 다중매매, 위조 신분증·인감증명서로 대리인 행세, 계약금만 받고 잠적. 이 세 가지가 여전히 가장 흔한 유형이라고 한다.
그래서 알아본 권원보험
찾아보니 이런 위험을 대비하는 상품이 따로 있었다. 권원보험, 다른 말로 부동산 권리보험이다. 소유권에 하자가 생겨서 손해를 봤을 때 보험사가 그 손해를 보상해주는 구조인데, 국내에선 하나손해보험이나 퍼스트아메리칸 같은 곳에서 취급하고 있다.
| 구분 | 등기부등본만 확인 | 권원보험까지 가입 |
|---|---|---|
| 위조서류 사기 | 보호 안 됨 | 손해 보상 |
| 다중매매 피해 | 보호 안 됨 | 손해 보상 |
| 발생 비용 | 열람 수수료 수준 | 1회성 보험료 |
| 만기·해지 환급 | 해당 없음 | 없음(순수보장성) |
순수보장성이라 나중에 돌려받는 돈은 없다. 그래도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잔금을 치르는 순간 앞에서 몇십만 원 아끼려다 몇억을 날리는 것보다는, 따져보고 가입 여부를 정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권원보험은 아무 거래에서나 가입할 수 있나?
매매·상속·증여로 취득한 부동산 대부분에서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상품마다 보장 범위가 다르니 계약 전에 미리 비교해보는 게 좋다.
Q. 그럼 등기부등본은 안 봐도 되나?
아니다. 등기부등본 확인은 기본이고, 여기에 신분증 진위 확인·권원조사·권원보험 같은 걸 더 얹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선배는 결국 소송까지 가서 시간과 돈을 더 썼다. 이번 일을 보고 나도 다음 집 살 땐 등기부등본 하나 믿고 안심하지 않기로 했다. 잔금 치르기 전 체크리스트 정도는 미리 만들어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