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도 낙점, 재건축 단지 뒤덮는 '수입 하이엔드 주방' 전쟁
서울 서초구 반포동, 총사업비 10조원 규모의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현장에서는 요즘 골조 공사만큼이나 자주 오가는 단어가 있다. 바로 '주방 브랜드'다. 강남권 역대 최대 규모인 일반분양 1,832가구짜리 이 재건축 단지의 주방가구 공급사로 LX하우시스가 선정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우리 집 주방이 호텔 스위트룸 수준이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재건축 조합 총회의 핵심 안건은 시공사 브랜드와 평면 설계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방가구를 어느 브랜드로 넣을 것인가'가 조합원 만족도를 가르는 변수로 떠올랐다. 재건축이 단순히 낡은 집을 새로 짓는 사업을 넘어, 호텔급 마감재 경쟁의 무대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왜 지금 재건축 단지가 '수입 주방'에 꽂혔나
LX하우시스가 국내에 독점 수입·공급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라스텔리(Rastelli)'와 '쿠치네 루베(CUCINE LUBE)'는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부산 '드파인 광안'(10개동, 총 1,233가구)에 이어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납품을 앞두고 있다. 라스텔리는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페루치오 라비아니가 디자인에 참여한 브랜드로 인체공학적 수납 설계를 앞세운다. 쿠치네 루베 역시 전 세계 80개국에 매장을 둔 글로벌 주방가구 브랜드다.
업계에서는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아파트 공급이 이어지면서, 단순 거주 공간이 아니라 '호텔 수준의 마감재'를 원하는 수요가 재건축·재개발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로 본다. LX하우시스도 이런 흐름에 맞춰 설계부터 시공, 물류, 사후관리(A/S)까지 묶은 통합 서비스를 내세우며, 그동안 건설사·시행사 대상 B2B 위주였던 유통을 삼성동 '론첼 갤러리', 논현동 'LX Z:IN 플래그십' 등을 통한 B2C로도 넓힐 계획이다.
'30조 전쟁' 목동까지 번진 하이엔드 마감재 경쟁
주방가구 격전은 반포에서 그치지 않는다. 총공사비 약 30조원 규모로 14개 단지가 순차 추진되는 목동 재건축에서는 현대건설(디에이치 라운지), DL이앤씨(아크로 목동 리젠시 홍보관), 대우건설(써밋 목동 라운지), GS건설(자이 팝업)이 잇달아 현장 홍보관을 열며 초기 수주 실적 쌓기에 나섰다. 한샘 역시 100% 자회사 한샘넥서스를 흡수합병하며 압구정·성수·한남 일대 재건축·재개발 특판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수입이냐 국산이냐, 경쟁 구도는
수입 하이엔드 브랜드만 독주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가구업계도 프리미엄 라인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한샘은 독일 가전 브랜드 가게나우·밀레와 협업한 '키친바흐' 라인으로, 현대리바트는 전 부위에 18㎜ 두께 자재를 적용해 내구성을 강화한 'M200G'로 특판 시장을 공략 중이다.
| 구분 | 라스텔리·쿠치네 루베(LX하우시스) | 키친바흐(한샘) | M200G(현대리바트) |
|---|---|---|---|
| 원산지·강점 | 이탈리아 수입, 디자이너 협업 | 국내 제작, 독일 가전 통합설계 | 국내 제작, 자재 내구성 강화 |
| 주요 레퍼런스 |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드파인 광안 | 압구정·성수·한남 특판 | 한강변 특판 시장 |
| 강조 포인트 | 시공~A/S 통합 서비스 | 가전 연계 '스페셜리스트' 상담 | 18㎜ 전 부위 강화 자재 |
화려함 뒤에 놓인 리스크
다만 시장이 커질수록 짚어야 할 변수도 늘고 있다. 수입 주방가구는 수십 개 브랜드가 난립하는 가운데 상당수가 중소 에이전시를 통해 유통되면서 사후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했고, 최근에는 고환율 여파로 일부 브랜드의 공급 일정이 불안정해지는 사례도 나온다. 국내 업체 쪽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샘·에넥스 등 빌트인·시스템가구 업체 48곳에 담합 혐의로 과징금 250억원을 부과한 사례는, 특판 시장이 커질수록 가격·입찰 구조에 대한 감시도 함께 촘촘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분석 포인트
-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2030년 이후 입주 예정)의 주방가구 선정은 향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표준 마감재' 기준을 사실상 다시 쓸 수 있는 사례로 주목된다.
- 목동 14개 단지 순차 수주전에서 초기 브랜드 인지도를 선점한 시공사·자재사가 이후 단지 수주에서도 우위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 수입 브랜드의 A/S·공급 안정성 리스크는 조합원이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으로, 브랜드 화제성만으로 판단할 사안은 아니다.
- 국내 가구업계의 담합 과징금 이력은 하이엔드 특판 시장이 커질수록 가격 투명성 요구도 함께 커질 것임을 시사한다.
Q. 조합원 개인도 라스텔리·쿠치네 루베를 구매할 수 있나
LX하우시스가 삼성동 론첼 갤러리, 논현동 LX Z:IN 플래그십을 통해 B2C 판매를 확대하고 있어 개인 구매도 가능해지는 추세다.
Q. 하이엔드 주방으로 바꾸면 비용은 얼마나 더 드나
브랜드·자재별 편차가 크고 공식 가격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시공사 확정 전 견적을 브랜드별로 비교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재건축 단지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평당가'에서 '마감재 브랜드'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 단지, 우리 조합의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면 지금이 하이엔드 마감재 트렌드를 챙겨볼 시점이다.